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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의 소감 VOV 2014 12월호 자원활동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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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35회 작성일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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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다문화거리 탐방기

12월 14일. 센터 사람들과 김해 다문화거리에 다녀왔다. 모라에서 버스릍 타고 르네시떼역에서 김해경전철로 갈아탄 후, 부원역에서 내리는 이동경로였다. 오후 세 시에 출발했는데, 경전철로 갈아탔을 때는 늦은 오후의 햇볕이 따사로웠다. 경전철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탁 트였다. 겨울이라 낙동강은 바다처럼 짙은 푸른색이었고, 슬레이트 지붕의 단조로운 공장건물과 논밭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다. 다문화 거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시골스러운 풍경에 벌써 이국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갔던 천홍에게 중국말을 배우고, 아직 우리말이 서툰 홍웨이양 씨와 더듬더듬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먼 여행을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가 김해 다문화거리에 가는 목적은 ‘탐방’이었다. 경기도 안산시에 조성되어 있는 다문화거리와 비슷한 공간이 김해에도 있다는 사실을 센터 활동 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풍가는 기분, 가벼운 마음으로, 과연 그 거리는 한국의 거리와는 어떻게 다르게 생겼을까? 라는 호기심 하나만으로 나선 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곳은 일종의 상점거리였다. 한국의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사각 건물의 상점들이 도로 양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간판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는, 그러한 상점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판에 외국말이 적혀 있고 간간이 외국국기가 꽂혀 있을 뿐, 다문화거리도 ‘문화’의 거리라기보다는 ‘상점’의 거리였다. 특히 핸드폰 가게가 많았고, 음식점, 생활용품점, 화장품가게, 미용실, 옷가게 등등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다. 상점마다 물건을 사러 오거나 음식을 먹으러 온 외국인이 많았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거리 한 모퉁이에서는 다문화 축제의 참가자들이 작은 무대 위에서 자국 국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만국기가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연말을 보내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게 외국인들도 연말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아마도 다문화거리의 ‘다문화’라는 말에서 지나치게 ‘문화’를 의식했었는지 모른다. 다문화거리에 가면 그들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지나친 기대를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었다. 한국이라는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그 속에 그들의 언어, 그들의 음식, 그들의 문화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거리를 한 바퀴를 휘 둘러본 후 우리는 한 인도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인도 사람으로 추정되는 무리들과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세어보자면, 한국인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우리처럼 다문화거리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현지음식과 가장 비슷한 맛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선뜻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이 다문화거리는 김해의 구도심이었는데, 점점 쇠퇴해가는 추세였다고 한다. 김해시는 3%에 달하는 외국인의 상거래 문화 정착과 구도심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이 거리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이 인도음식점에 들어와 보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그 덕에 맛있는 탄두리 치킨과 커리를 양껏 먹어치울 수 있었다.

시의 정책으로 조성된 이 거리에서 외국인이되 이방인이 아닌 존재로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더 뚜렷해지기를 바란다.

글/사진인물 : 박미라 (한국어교육 자원활동가. 사진 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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